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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망록

돈이 많다는거

돈이 많다는게 어떤 의미일까. 돈이 많으면 좋을게다. 좋겠지, 뭐. 세상사람들이 말하길 돈이 많으면 내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 좋다고 한다. 돈 좀 원없이 써봤으면 하기도 한다. 그래, 나도 젊은 시절 돈때문에 집도 없이 떠돌아 다니기도 하고 많은 고생을 했다. 높은 곳에 올라가 아래를 둘러보면서 이 많은 집중에서 내집에서 내가 쉬지 못하냐고 한탄하기도 했다. 

집 한채 마련하기 위해 뼈빠지게 고생하고 지금도 집을 넓히고 하면서 대출금 상환에 허덕이기도 한다. 그렇지만 돈의 의미는 세상에서 보내는 시간과 함께 바뀌어 간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면 돈으로 이 세상 모든걸 다 할 수 없다는 걸 느꼈다고 할 수 있다. 

돈이 많으면 내가 할 수 있는게 무엇인가. 강남에 좋은 아파트, 고급 외제차, 해외여행 그리고 ... 이거 이외에는 별거 없다. 고급술집, 예쁜 여자도 생각나지만 이런건 내 몸만 상하게 할 뿐이다. 이렇게 따지면 내가 행복하게 살아가는데 '많은' 돈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인 것일 따름이다.[각주:1]

나의 젊은 시절을 되돌아 보면 우리 가족들과 아쉬웠던 시간들이 생각난다. 지금 고삼인 큰얘가 태어나서 처음 집에 돌아갈때가 아직도 눈에 선하다. 아내의 팔에 안긴 큰 얘를 보면서 얘가 언제 커서 엄마아빠 말을 알아 들을까 했는데 어리둥절 하게도 그 얘가 고삼이 되었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그때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불가능하다. 이건희 회장이 가진 전 재산을 모두 털어 넣어도 불가능하다. 돈의 한계이다. 돈이 많은 영향력을 불러 오고, 사람을 죽게도, 할게도 하지만 그건 일부분일 따름이다. 돈으로 살 수 있는건 인간이 가진 것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바로 시간이다. 지금이 보내는 이 순간. 이 순간이야 말로 내 인생에서 제일 중요한 부분이다. 지나버린 시간은 어떠한 경우에도 다시 가져올 수 없다.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만들어 낼 수 있는건 돈이 아니라 나 자신이다. 그래서 그 의미가 다시 새롭게 오는 말이 "Carpe Diem(오늘을 즐겨라)"이다. 세월이 흐를수록 그 말의 의미가 마음속으로 스며든다. 오늘을 행복하고 올바르게 즐긴다면 나는 남보다 더 많은 시간을 가지는 것이다.


  1. 이런 얘기를 하려면 아주 작은 돈이라도 있어 내가 머물 집 한채, 퇴근길에 아이들 사줄 과자값이라도 있어야 하긴 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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