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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삽질로 일관된 자랑질

어제 친한 고교동창과 술 한잔을 기울일 기회를 가졌다. 기분좋게 마신 일차에 이은 이차 노래방. 노래방에 갔을면 노래나 부르고 기분좋게 마시다가 오면 되었을텐데 노래는 부르지 않고 나의 자랑질이 터져 나왔다. 천하의 팔불출이 한다는 마누라 자랑, 섹스질 자랑, 그리고 이어진 회사업무 자랑질까지. 얼굴이 붉어질 지경이다. 

내가 내 아내를 사랑하지만... 그래도 나혼자만 가지고 있으면 되지 뭔 자랑인지. 거기다가 내 (은근한) 정력자랑은 뭔지. 참 유치하기까지 할 지경이다. 회사에서 내가 뭔 큰일을 한다고, 의장님과 뭐 그리 잘 안다고, 의장님과의 관계 자랑에다가 외국 유력인사와의 인연 자랑까지, 한심하고 인정받고 싶은 욕망에 굶주린 사람이란걸 당당하게 한시간(이나 두시간)을 떠들었으니, 술깨고 나니 낯이 다 화끈거릴 지경이다.

오늘 아침 읽고 있는 책 제목이 "욕망해도 괜찮아"이다. 참 재미있는 책이다. 저자에게(아니 우리모두에게)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이 있단다. 그런데 그 마음한편에는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을 들키지 않고 싶은 욕망도 함께 있단다. 어제 일에 대입하면 이렇다.

난 자랑하고 싶은 욕망이 있는데 평상시에는 들키지 않고 잘 감추고 살아간다. 그런데 술이 원수이다. 술만 들어가면 들키지 않게 하려는 욕망이 허물어져 버리게 된다. 그럼 남는건 무엇일까. 연방 삽질하듯이 해대는 자랑질이 아니겠는가. 어제가 딱 그러했다. 그렇게 자랑질만 하다가 말아 먹어버린 얼굴팔리는 하룻밤의 삽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