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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나를 우울하게 하는거

요즘 가까운 우울증에 빠졌다고 할까. 회사 일에 스트레스를 받아서 일까. 긴장의 연속인 업무를 하다보니 압박을 많이 받은거 같다. 직원들에게나 내 자신에게 짜증이 날 때가 있고 울컥할 때도 있다. 전에는 그런 적이 없었는데 저녁에 갑자기 술이 땡기기도 하니 스트레스가 만빵이긴 한 듯.

나를 우울하게 하는게 회사업무 만은 아니다. 아이들의 성적, 작년에 산 아파트 가격의 하락, 돌아가는 사회 분위기 등등 스트레스 받을 일밖에 없다. 그러던 중 오늘 아침에 미국에서 들려온 애플과의 소송에서 삼성이 패소하여 1조2천억원의 피해배상 배심원 평결을 받았다는 얘기를 들으니 속에서 울컥함이 올라왔다.

내가 삼성빠거나 애플까라서가 아니다. 난 그저 양측이 선의경쟁을 하여 소비자의 후생을 높일 수만 있다면 최선이라 생각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혁신의 상징인 애플이 이젠 혁신의 장벽으로 돌아서 혁신을 방해한다고 생각이 들게 되었다. 나도 애플을 사랑하고 애플 제품만 해도 아이맥, 맥북, 아이패드, 아이팟 등 4가지 제품을 사용하는 사람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특허소송을 남용하여 자신들의 독점적 이익을 지키는데만 혈안이 된 회사라면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 아니 남들에게 내가 애플제품을 쓴다고 얘기하기도 주저할 지경이다. (탐욕스런) 애플이란 회사의 제품을 쓰는게 부끄럽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애플의 안마당에서 이루어진 소송결과에 대해 동의하지도 않는다. (애플 옆동네에 사는) 그들(배심원)은 그들의 이해와 자신들만의 선호에 충실할 따름이다. 삼성이 '바운스 백'과 같은 기술은 명백하게 애플의 특허를 침해하였기에 배상하는게 맞다. 그렇지만 직사각형에 둥근 모서리 디자인과 같은걸 하나의 특허로 인정하여 보호한다는건 어이가 없고, 그런걸 특허로 인정받고 보호해주는 과도한 특허시스템이 섬뜩할 따름이다.

<출처 : Wall Street Journal>

하늘아래 독창적인건 없다. 창작은 모방의 과정을 거쳐 이루어진다. 모방을 통한 지혜가 쌓여서 하나의 독창성으로 나타나게 된다. 모방을 인정하지 않는다는건 혁신도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피카소는 "좋은 예술가는 (그대로) 복사(copy)하지만 위대한 예술가는 도용(steal)한다."고 했다. 모방과 혁신은 상호 대립되는 관계가 아니라 서로 보완하여 시너지 효과를 이루도록 하여야 한다.

보편적이고 상식적으로 도출될 수 밖에 없는 둥근 모서리 사각형 디자인 마저도 '특허로 등록'되었기에 보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특허권의 남용이자 혁신의 장애에 불과할 따름이다. 미국이 세계 최대의 스마트폰 시장이기에 어쩔 수 없이 그들이 만들어 놓은 룰에 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소비자는 애플과 같은 탐욕스러운 회사에 맹목적인 지지를 보내는 행동을 보이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애플은 더 이상 혁신의 아이콘 일 수 없다. 혁신의 아이콘이라기 보단 아직도 돈에 목말라 하는 탐욕의 화신에 불과하다. 

이젠 그들의 제품을 혁신의 상징인양 떠받드는 행태도 버려야 한다. 나도 애플을 사랑했지만 이제부턴 더 이상 애플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애플의 제품은 여하한 것 하나도 구입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만이 우리가 그들에게 경고를 보내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강자의 탐욕이 내 마음을 어지럽힌다. 삼성도 누구 못지않은 강자인데 애플은 당하기 어렵나 보다. 그런 탐욕스러운 회사가 혁신의 상징인양 하면서 독점적 이윤을 착취해 가는 모습이 내 머리속에서 그려지면서 편치않은 하루이다. 승자의 아량을 기대하는게 너무 순진한 생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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