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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고인 물이 되어가는 한국의 ICT산업

이동통신산업과 관련된 소비자의 불편과 불이익에 대해 거품을 물고 떠들어 되는 것도 이젠 지겨울 지경이다. 통신사와 제조사간의 견고한 담합구조로 통신요금과 휴대폰 요금을 부풀려 자기네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행태를 볼때 마다 비애감마저 들게 한다. 

최근의 갤럭시카메라 출시와 관련된 삼성의 행태를 보면 이들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난다. 갤럭시카메라란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보여준 삼성의 행태는 그들이 우리나라 시장을 얼마나 무시하고 봉으로 보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나라에 출시하는 갤럭시카메라는 WIFI 전용이 아닌 3G와 LTE용으로 통신사의 데이터 요금제의 적용을 받고, 가격도 외국에 비해 월등하게 비싸게 책정(미국 499달러, 우리나라 75만원)하고 있다. 왜 WIFI전용은 출시하지 않고 가격은 왜 이리 높은 것일까.  삼성전자 측에 따르면 "미국은 3세대 모델로 출시된 반면 한국은 4세대 이동통신을 탑재했다. 가격 차이는 환율과 시장 상황에 따른 것으로, 한국 판매가격도 합리적으로 책정됐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여기서 주목해야할 대목이 '시장상황'이란 단어이다. 이 말은 미국과 같은 경쟁시장에서는 싼 가격으로 출시하고, 우리나라와 같은 독과점 시장에서는 비싼 가격으로 출시할 수 있다는 얘기이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와 같이 만만한 곳에서는 비싸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제 우리나라 이동통신시장은 시장기능을 상실한 상태이다.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휴대폰 유통과정을 악용해 '퇴근폰(폰 하나 팔면 그날 일당이 나와 퇴근해도 된다는)', '일당폰'이라 불릴 정도로 폰판매로 폭리를 취하는 대리점, 휴대폰 보조금을 활용해 과다하게 가격을 부풀리는 제조회사, 폰 사용행태와 관련없이 과다한 요금을 사용하도록 강요하는 통신회사가 공공하게 하나가 되어 상호이익 추구하는 과정에서 소비자의 권익과 시장기능은 사라지고 말았다.

정부도 그들의 로비에 의해 의지가 사라져서 인지, 그 공고한 카르텔을 어쩔 수 없어 인지, 넋을 놓고 있는 상태이다.국내 소비자가 외국 소비자에 비해 역차별을 받아 불이익을 보건말건 관계하지 않고 이제는 그 역차별을 당연시하기에 이르렀으니 통신사와 휴대폰 제조사들이 과연 한국기업이고 한국인들이 근무하는게 맞는지 의심스럽기까지 할 지경이다. 정부와 정치권에 대해서는 짐짓 겁을 먹는 듯 하지만 그냥 제스쳐에 불과할 뿐 그들의 막강한 영향력을 믿고 소비자에게 안하무인격으로 행동하는건 똑같다. 

정부에서 윽박지르건, 언론에서 떠들어대건, 소비자가 왕왕거리건 상관치 않고 통신사, 제조사와 이에 빌붙은 대리점 등 그들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건 독과점에 머물고 있는 국내의 통신시장의 구조에서 기인하는 바가 크다. 이는 산업구조적인 문제로서 단순히 우리 통신사와 제조사의 손목을 비트는 것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외국의 산업, 투자자 들과도 연관되어 있고 우리의 산업경쟁력과도 관련되어 있기에 단순하게 생각할 문제는 아니다. 산업구조란게 쉽게 손댈 수 있는 대상이 아니란 얘기이다.

그러면 우리 소비자가 행동할 수 있는건 무엇인가. 단지 이동통신산업구조를 바꾸어야 한다고 말하는걸 우리의 할일은 끝난 것인가. 주장하는 것만으로 우리의 할일은 끝났기 때문에 제 할일 못하는 정부당국만 준엄하게 꾸짖으면 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다. 우리 소비자도 우리의 역할을 하여야 한다. 통신 과소비는 없는지 우리 자신을 살펴보아야 한다. 

뉴스를 시청하던중 통신요금이 과다하다가 불평하는 인터뷰를 본 적있다. 4~5만원이면 자신은 충분한데 9만9천원 요금제를 사용하여 통신요금이 과다하다는 인터뷰였다. 보고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짜폰을 갖겠다는 욕심에 과도한 요금제에 가입한 후 요금이 과다하다고 불평하는 것이다. 지금부터라도 이런 통신과소비를 버려야 한다. 휴대폰 단말기도 자신의 사용행태에 맞는 적절한 수준으로 구입하고 요금제도 할인에 대한 욕심을 버리고 적절한 요금제에 가입하여야 한다.

먼저 나 자신부터 통신 과소비를 없애야 한다. 나도 얼리어답터니 뭐니 하면서 최신폰들을 많이 구입했었는데 지금부터라도 자제해야 겠다. 넌더리가 나는 지금의 통신시장의 갈취구조하에서 내 소중한 돈을 갈취당하지 않으려면 최신폰을 찾고 하는 행태에서 탈피하여야 한다. 내가 쓰는 휴대폰은 갤럭시 S2이다. 사용한지 1년하고도 반이 지난 휴대폰이다. 바꿔볼까 생각도 했었는데 이젠 그런 헛짓은 그만 두어야 겠다. 내가 지금 쓰는 물건을 소중히 사용하고, 휴대폰도 중저가제품(신뢰성만 있다면 중국산도 좋다)으로 구입하도록 하여 비싸면 팔리지 않는다는 시장기능이 작동하도록 해야하지 않을까요.

다시 소비자가 아닌 기업으로 돌아가 보자. 위대한 기업이 몰락하는 5단계가 있다고 한다. 처음엔 그동안 이룬 성공에 도취해서 성공의 근본 요인을 잊는다. 2단계는 자만심에 빠져 더 많은 욕심을 낸다. 내부에 경고신호가 증가하지만 위기가능성을 부인하는게 3단계이다. 위험이 누적된 4단계엔 반전의 한방을 터트려줄 '구원투수'를 찾는다. 묘안에 매달려 추락이 가속화되고 사라지거나 명맥만 유지하는게 마지막 5단계이다. 오랫동안 기업의 흥망사례를 연구한 짐 콜린스의 진단법이다. 바로 워크맨 등으로 크게 성공하였던 글로벌 기업인 소니, 파나소닉, 샤프 등의 흥망과정이라 볼 수 있다.

삼성[각주:1]에도 이런 단계를 대입할 수 있지 않을까. 미우나 고우나 삼성이 계속 흥하기를 바라는 마음이야 우리나라 사람 모두 같겠지만 삼성도 이런 과정에 빠지지 않았는지 의구심이 들기 때문이다. 짐 콜린스가 얘기한 몰락단계를 대입해 보자. 첫째 성공의 근본요인을 잊는다는 것이다. 삼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삼성의 기업가정신과 혁신과 함께, 정부의 지원 그리고 국민들의 지지가 있었다. 

국민들은 삼성이 저가 덤핑으로 역마진을 감수하며 해외에 물건을 팔고, 국내에는 비싸게 팔 때 국산품을 애용하여야 한다는 명분으로 그 물건 들을 샀었다. 지금의 삼성이 있기 까지 국민들의 애정어린 국산품 사랑이 함께 했음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렇게 큰 삼성은 이젠 자신의 성공의 근본요인중 하나인 국민들의 성원과 사랑을 잊고 자신이 잘나서 이렇게 된양 행동하고 있다. 바로 두번째 단계인 자만심에 빠져 더 많은 욕심을 내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에게 시장상황 운운하며 독과점적인 자신의 위치를 한껏 활용하여 불합리한 선택을 강요하고 폭리를 취하면서 과욕을 부리고 있다. 

우리 국민이 외국보다 더 나은 대우를 희망하는건 아니라고 본다. 단지 외국에서 취하는 가격정책을 우리 국민에게 적용하여 달라는 바램일 따름이다. 삼성이 몰락하면 우리나라도 휘청거릴 수밖에 없다. 삼성이 몰락의 길로 접어들어서는 안된다. 그러기에 삼성이 몰락의 단계에 빠지지 않도록 자신이 성공하게 된 근본요인중 하나인 국민의 마음을 상하게 하여 등을 돌리게 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랄 따름이다.


  1. 여러 기업이 있지만 우리나라 대표기업인 삼성만 들어보겠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