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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날 조강지처

여름날 나의 조강지처가 있다. 그녀의 이름은 선풍기이다. 무더운 한여름날 난 그녀는 내 곁에 두고 밤새도록 함께 한다. 그녀가 없으면 나는 안절부절 못하게 되고 그녀를 만나고 싶은 열기에 땀이 날 지경이다. 이번 여름철은 특히 더워서 그녀를 항상 내 옆에 두고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다. 오래전부터 처와 함께 해 왔지만 한참 더울 때는 조강지처도 신통치가 않아, 몇년전에 에어컨이란 늘씬한 외국이름의 첩을 하나 들여놓기도 하였다. 


이 첩은 여름철에 너무도 마음에 드는 짓을 하여 나를 기분좋게 한다. 그러나 한여름 긴긴밤내내 그녀와 함께 하다보면 몸에 탈이 나기도 해서 너무 가까이 하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또한 그녀는 나를 기분좋게 만들어주기도 하지만 같이 할 때마다 돈을 너무 많이 요구하여 가계에 부담을 줄 지경이기에 그녀와 너무 자주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녀와 비슷한 이를 가까이한 여러 가정에서 돈폭탄에 놀랐다는 풍문을 신문지상을 통해 듣기도 했다.

게다가 집이 이사를 할때 그 첩이 따라 오기는 하지만 함께 하기 위해서는 그녀에게 맞도록 집을 고쳐야 하기에 이사를 할 때마다 많은 돈이 필요하여 가계에 주름을 지게 하기도 한다. 나도 이번에 이사를 하면서 그녀에게 맞도록 집을 고쳐주는걸 거부하였고 그녀는 새초롬하게 삐져서 여름내내 나와 함께 하지 않고 혼자 방구석에서 조용히 지냈다. 

그 덕택에 난 2012년, 이 지독하게 더운 여름을 애첩도 없이 밤마다 헉헉대면서 조강지처만으로 버텼다. 보통 조강지처와 첩, 둘과 함께 자는게 가장 좋은데 그러지 못해서 너무 힘들었다. 조강지처만으로는 도저히 견딜 수 없어서 잠자다가 일어나 시원한 물을 마시거나 목욕을 하기도 했다. 이 모든게 애첩관리를 잘못한 내탓이리라. 이제 내년 여름만 버티면 다시 이사를 가야 하는데 내년 여름에는 밤에 잘 때 애첩을 내옆에 두어야 하나 어찌해야 하나, 고민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