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LA 이야기

주지사 의무절수 명령 발동

4월 1일 캘리포니아 제리 브라운 주지사는 주 전체에 대해 절수의무를 부여하는 행정명령(Executive Order)을 발표했다. 물사용을 의무적으로 줄이도록 하는 명령을 발동한 것은 가주 역사상 처음이다. 가주는 이제 4년연속 대가뭄으로 물부족을 걱정하는 상황이 되었다. 주요 농작물의 수확량이 격감하는 등 격심한 가뭄에 시달리는 가주는 자율적 절수를 유도하였으나, 지방자치단체의 비협조로 물 사용량 감소분이 2~3%에 불과하였다. 지난 겨울도 실망스러운 수준의 강수량을 기록했고 LA 지역 물공급량의 1/3을 차지하는 시에라 네바다 산맥의 적설량도 평소대비 5%에 머물러 가주내에서는 향후 물공급에 대한 우려가 점증하고 있다.   



주지사 행정명령의 핵심은 가주 도시지역 물(Potable Water, 음용수) 소비량의 25%를 강제로 줄이는데 있다. 의무절수 행정명령의 주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상수도 사용량을 가주 전체로 25% 감축하도록 한다. 2014년 10월 사용량을 기준으로 총 25%를 감축하도록 하되, 공급지역별 감축량은 거주자 1인당 사용량을 기준으로 감축목표에 차등을 둔다.
  • 도시지역 총 5천만 평방피트(4.6평방 킬로미터) 상당의 잔디와 장식용 화초를 잔디 교체 프로그램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가뭄에 적합한 식물로 변경해야 한다.
  • 비효율적인 가정내 물사용 기구를 교체하도록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 캠퍼스, 골프장, 공원묘지 등 대규모 상업, 산업용 시설에 대해서도 상수도 사용량을 25% 줄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한다.
  • 상수도로 가로수에 물을 주는 행위는 금지한다.
  • 신축 건축물 외부에 물을 주는 행위는 금지한다. (마이크로 스프레이 장치 사용시 예외)


그밖에 물낭비를 효율적으로 강제하는 각종 방안을 마련하고, 새로운 수자원 확충기술에 대한 투자 확대 등의 내용이 행정명령에 포함되어 있다. 다만 브라운 주지사는 이러한 의무절수 명령이 이미 상당한 가뭄피해를 입은 농업부문에는 적용하지 않는다는걸 분명히 했다. 농업부문은 저렴한 용수가격으로 물배분 우선순위에서 밀리고, 새크라멘토강의 물밖을 사용할 수 밖에 없는 지역적 특성으로 인해 남가주 도시지역(LA, 오렌지카운티, 샌디에고)에 비해 가뭄피해를 더 크게 받았다.


주수자원조정위원회(State Water Resources Control Board, 이하 수자원위원회)는 25% 의무절수 명령을 2016년 2월말까지 이행하기 위한 감축목표를 제시했다. 거주자 1인당 하루 물사용량을 기준으로 차등화된 감축목표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만약 각 자치단체가 물사용 감축목표를 지키기 못할 경우에는 수자원 위원회가 1일 1만불까지의 불이행 벌금을 270일까지 부과할수 있도록 하고 있다. 

거주자 1인당 하루 물사용량 (갤런)

물사용 감축목표

65 미만

8%

65-80

12%

80-95

16%

95-110

20%

110-130

24%

130-170

28%

170-215

32%

215 초과

35%

* 사용량은 전년도 7월~9월까지 1일 사용량 평균


하루 55갤런 물사용량은 집에 잔디가 없는 경우의 일반적인 사용량으로 볼 수 있다. 이를 초과하는 많은 부분은 집 외부에서 사용하는 사용량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가구당 물소비량 가운데 60% 이상이 정원 관리 등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55갤런(1갤런=3.8리터)을 한 사람이 하루에 쓴다는게 많다고 느껴질 수 있다. 그렇지만 상세하게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샤워하는데 17갤런, 흐르는 물에서 설거지 10분하는데 20갤런, 화장실 물내리는데 1.5갤런, 세탁기 돌리는데 8갤런이 든다. 세수, 양치질 등 소소한 물사용도 20갤런의 물이 든다고 한다. 


물을 절약하기 위한 자치단체의 노력은 다양하게 이루어진다. 먼저 자발적인 절약을 유도하기 위한 홍보가 있다. 시조례를 위반하여 물을 사용하는 주민에 대해 통지문을 보내거나, 물학교(Water School)에 참석하면 벌금을 면제해 주는 등의 방법으로 물절약 홍보활동을 하는 것이다.


일부는 누적요금제를 강화하여 다량사용자에 대해 더 높은 요금을 부여하는 방식을 사용하려 한다. LA시 수도전력국은 요금제 단계를 2단계에서 4단계로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시의회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


조례를 위반하거나 과다한 물사용자에 대해 벌금을 부과하는 방안도 고려될 수 있으나 대부분의 자치단체는 이러한 방안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다. 아직은 벌금을 부과할 경우 주민의 반발을 우려하여 망설이고 있는 상태이다.


산타 바바라와 샌디에고 카운티에서는 새로운 방법으로 물부족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바닷물 담수화 시설을 통해 물을 공급받는 계획이다. 샌디에고 카운티는 30만명 주민이 이용할 수 있는 담수화 시설을 올해중 완공하고 가동할 예정이다. 


도시지역에서 가장 물을 가장 많이 소비하는건 정원잔디이다. 가정 물소비의 절반이상이 잔디관리에 들어간다는 조사결과도 있듯이 잔디는 물절약의 관건이다. 이번 6월부터 의무절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정책의 주요타겟은 잔디를 제거하는데 있다. 여름철 물공급량을 줄여 잔디교체를 장려하려는 의도도 있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주민의 자발적인 참여를 전제로 물절약 정책을 운영하여 왔다. 앞으로는 가주 역사상 최초의 의무절수 정책이 실시될 예정이다. 많은 관계자들은 절수목표가 부당(unfair)하고 실현불가능(unrealistic)하다고 불평하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주지사 명령이 법적 근거가 없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관계자들은 지금까지 물절약을 위한 많은 정책이 시행되고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하는 상황에서 더 많은 양의 물을 절약하도록 내몰리는 상황이 달갑지는 않고 우려도 많은 상황이다. 


그렇지만 지금 가주의 상황은 그런 우려만 하기엔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자칫 물부족 사태가 가주 전체로 번질 수 있는 상황에서 선제적인 조치는 불가피하고 피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이다. 누렇게 죽은 잔디, 선인장으로 장식된 정원, 먼지 잔뜩낀 차 들로 가득찬 LA 풍경을 보게될 날이 멀지 않을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