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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정기


녹정기. 12(소설)

저자
김용 지음
출판사
중원문화 | 2010-01-20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김용 역사대하장편소설『녹정기』제12권. 명말청초의 격동기에 광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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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생인 때, 난 무협소설을 대단히 좋아했다. 공부는 하지않고 대본소인 만화방에 가서 무협소설을 즐겨 읽었다. 고삼이 되었을 때도 독서실에 공부하러 간다는 핑게를 대고 만화방에 가서 무협소설을 읽기도 하였다. 참 나도 어머니 골치를 많이 썩였다. 만화방에서 늦게까지 있다가 맞기도 많이 맞았다. 지금 생각하면 어머니에게 미안하다는 생각도 들 지경이니 말이다. 그렇게 고생하시면서 번 돈을 가지고 공부는 안하고 무협소설이나 읽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즐기던 무협소설도 대학생이 되고, 어느 순간부터 보지 않게 되었다. 이젠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27년이 지났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렀고, 무협소설도 내가 즐기던 취미중 하나로 과거속에 남아 망각속에 있는 존재였다. 최근 팟케스트를 듣기 전까지 말이다. 최근 들은 팟케스트에서 김용의 소설에 대한 얘기가 오가는걸 듣게 되었다. 그걸 듣는 순간 내 기억의 바닥에 가라 앉아 있던 무협소설에 대한 호기심이 다시 떠올랐다. 

그래서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본게 김용의 녹정기이다. 

녹정기는 청(淸)대 초기를 배경으로 위소보란 미천하고 게으러지만 언변과 잔수에 능한 소년이 청황제의 총애를 받으면서 한편으론 반청복명의 기치를 내세운 단체의 주요 직책을 맞게 되면서 겪는 좌충우돌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그 과정에서 많은 여인과 위기를 함께하면서 연분을 쌓는 과정도 함께 보여준다. 

이 소설은 다른 일반 무협소설이 갖는 틀과는 상당히 다른 틀을 보여준다. 일반 무협소설의 주인공은 천부적 재능을 갖추고 있어 남들이 10년 걸릴 성취를 며칠만에 이루는 기적을 보여준다. 준수한 외모도 갖추어 뭇여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존재가 일반 무협소설의 주인공이다.

그러나 녹정기의 주인공인 위소보는 보잘것 없는 외모와 교양없는 행동으로 여인들의 배척을 받고 무공도 형편없어 무림인으로부터 온갖 수모를 당하기도 한다. 이 모든 불리함을 주인공은 뛰어난 언변과 임기응변 능력으로 모면하고 뭇 여인들의 사랑도 얻게 된다. 

일반 무협소설과는 괘를 달리 하지만 부족한 스토리라인으로 인해 전개되는 사건사이의 인과관계가 약하고 사건의 전개가 우연으로 점철된다는 문제는 아쉬움으로 남는다. 하지만 녹정기는 무공이 아니라 권모술수로 사건을 풀어가는 독특한 구조의 무협소설로서 기억에 남을 만한 소설이 아닐 수 없다. 

나에겐 과거 젊은 시절에 대한 추억을 불러온다는 개인적인 이유와 함께 명분을 중시하는 중국인들의 사고방식을 이해하는 단초를 제공하는 소설이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