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공공기관 장의 임기를 놓고 말들이 많다. 공공기관의 장 자리를 놓고 새로운 정부는 공공기관의 장 자리에 있는 인사들을 좌파의 잔재로 규정하고 능력과 상관없이 정치적인 연줄에 따라 임명된 무능한 인사들로 보고 새로운 시대에 적합한 인물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펴고 있고, 기관장들은 임기규정을 내세워 법적보호를 주장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러나 그 속내를 드러다 보면 새 정부측은 선거승리에 따른 논공행상을 통해 자리를 배분해주어야 할 사람들이 많아 이들이 앉아야할 자리를 확보하여야 하고, 기관장들은 정치적으로 임명되었지만 그 좋은 자리를 버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이 논란을 보면서 나는 우리가 보다 더 솔직해져야 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과연 우리가 그러한 자리들을 대단한 전문성과 정치적 독립성이 요구되는 자리로 인식하고 있는지 먼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나는 공공기관의 기관장에 대한 법적 임기보장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그러한 자리에 대한 법적 임기보장제도 자체가 위선적 제도가 아닐 수 없다.
어느 나라, 어느 정권에서나 선거승리에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엽관제적 자리를 필요한 법이다. 선거에 기여한 사람들에 대한 논공행상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세상 어느 누가 도움을 줄 것인가? 도덕적 이상을 성취하기 위해 노력하는 극히 일부의 이상주의자 이외에는 선거판에 자진해서 나서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엽관제적 요소를 우리는 인정하지 않으면 안된다. 합리성만을 추구할 수 없는 민주주의 제도의 비용이라 볼 수 있다.
법적임기 보장이라는 허울에 갇히어 이상을 앞세우고 뒤로 논공행상을 하게 되면 상대방에게 공격의 빌미만 제공하게 된다. 법적임기 보장의 기계적 적용은 정말로 정치적 중립성이 요구되는 사법부와 같이 독립된 판단이 필요한 곳에서만 필요한 원칙이다. 공공기관이란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따라 움직여 주어야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지금 한나라당의 주장과 같이 모든 기관장들이 대통령에게 신임을 물어 보고 그 결과에 따라 거취여부가 결정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우리는 조금 더 솔직하게 원칙을 정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원칙은 정권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좌우되지 않고 일관되게 적용되어야 한다.
<08.3.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