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새는 풍문처럼 와서 풍문처럼 가지만, 그들의 날아가는 생애는 처절한 싸움의 일생이다."
철새는 왔다 가지만 우린 우리앞에 있는 철생의 모습만으로 철새를 이야기한다. 철새가 먼 시베리아나 일본 등지에서 어떻게 해서 이곳까지 온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철새의 습성이 그러하다고만 생각한다. 의레 철새니까 하면서 놓치는게 이곳까지 오는 고단한 여정이다. 철새는 관광을 위해 우리에게 오는건 아니다. 철새는 목숨을 걸고 사력을 다해 살아가기 위해 하늘을 날은다. 십년이면 강산이 바뀐다는 우리나라에, 올 때마다 바뀌는 생존터전을 찾아 힘겹게 생존투쟁을 한다. 철새의 날개짓이 범상치 않음은 그러한 연유이다.
"낭가 파르바트 봉우리가 눈보라에 휩싸이는 밤에 비행 진로를 상실한 새들은 화살이 박히듯이 만년설 속으로 박혀서 죽는다. 눈먼 화살이 되어 눈 속에 꽂혀서 죽은 새들의 시체는 맹렬한 비행의 몸짓으로 얼어붙어 있다... 그것들의 시체 위에서 날개달린 몸으로 태어난 그것들의 꿈은 유선형으로 얼어붙어 있다. 그 유선형의 주검은 죽어서도 기어코 날아가려는 목숨의 꿈을 단념하지 않은 채, 더 날 수 없는 날개를 흰 눈에 묻는다."
"그것들은 고향이 없으므로 타향이 없다... 알에서 태어나 바람 속을 떠도는 그것들의 고난은 포유류에서 태어니 정주하는 땅에 결박되는 자들의 고난을 동료 중생의 이름으로 위로힐 만하다."
철새란 말은 부정적인 의미로 오염된 말이다. 인간세상에서 철새란 소신없이 이익을 쫒아 떠돌아 다니는 이를 일컫는 말이다. 그러나 이는 속세의 말일 따름이다. 철새는 고향이 없기에 떠돌아 다닐 뿐이다. 철새의 고난은 자유를 의미하기도 한다. 텃새는 철새의 대척점에 있다. 고향을 가진 새, 텃새는 그래서 하늘을 우러러 철새를 본다.
텃새의 반대이다. 텃새가 고향을 가지고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흘러오고 흘러가는 길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게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잉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오르막을 오를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 보인다."
"여기는 순한 땅이다. 산이 마을을 옥죄지 않고 품을 넉넉하게 열어서, 들과 마을은 산을 어려워하지 않는다."
"소금은 소식처럼 이 염전에 내려온다. 바람이 멎어서 물이 흔들리지 않고 햇볕이 가팔라서 물이 내려앉아야 좋은 소금이 온다. 좋은 소금은 알이 굵다. 햇볕과 바다의 정수가 소금알 속에서 고요히 머물고 있기에."
난 김훈님을 대단히 좋아 한다. 그의 글은 무엇이든지 보고 싶고, 그의 글을 본받아 그의 문체를 흉내내기도 한다. 최근에 본 책중에 가장 짜릿한 충격을 준 책이 '자전거 여행'이란 책이다. 기행기같은 냄새를 풍기는 책이지만 기행문이라기 보단 우리 국토 예찬기라 할 수 있다. 냉이와 된장간의 연적 관계를 묘사한 글을 읽다 보면 어떻게 사물을 관찰하였기에 이런 글을 쓸 수 있을까 경이심마저 느껴진다.
이 책을 너무 늦게 알았다는걸 애석해 하면서 책을 구입하고자 하였는데 아뿔싸 책은 절판되었고 품절된 상태이다. 아쉽지만 도서관에서 대출받아 한번 본 걸로 만족하기엔 너무 아까운 책이라 또 보고 싶은데 어디 구할데가 없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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